Today’s Keyword & Market

  • [Today’s Keyword] 마이크론의 사업 구조 변경

    마이크론이 약 30년간 유지해 온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브랜드 ‘크루셜(Crucial)’ 사업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업 재편을 넘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AI를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러한 마이크론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HBM 주도권 경쟁을 격화시키는 동시에,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국내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익숙한 이름과의 작별: 크루셜(Crucial) 사업 철수

     

    2025년 12월 4일, 국내외 PC 하드웨어 커뮤니티가 마이크론의 소식으로 뜨겁습니다. PC 조립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D램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제품으로 매우 친숙한 ‘크루셜’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약 29년간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성능으로 소비자 시장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였기에, 이번 사업 철수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아쉬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브랜드의 단종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변동성이 크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소비자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기업의 미래를 AI라는 새로운 시장에 걸겠다는 마이크론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결단입니다.

     

    선택과 집중: AI 시대의 심장, HBM을 향하여

     

    마이크론이 소비자 시장을 등지면서까지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는 바로 HBM입니다. HBM은 AI 연산의 핵심인 GPU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특수 메모리로,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기존 D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HBM은 이제 메모리 3사인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HBM 집중 현상은 범용 메모리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PC, 스마트폰, 가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합니다.

     

    치열한 HBM 삼국지: 현재 판세와 삼성전자의 과제

     

    현재 HBM 시장의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확고히 쥐고 있습니다. 2025년 3분기 시장 점유율을 보면 SK하이닉스가 60.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이 22.0%, 삼성전자가 17.2%로 그 뒤를 쫓는 형국입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였던 삼성전자가 차세대 시장인 HBM에서는 SK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론에게도 한발 뒤처져 있음을 의미하는 데이터로, 국내 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물론, 해당 시장 점유율은 특정 시점의 조사 결과이며 기술 개발 속도와 고객사 수주 현황에 따라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경쟁과 협력의 이중주: 국내 소부장 기업의 기회

     

    마이크론의 부상이 국내 기업에 위협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HBM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생산 장비가 필수적이며, 이 지점에서 국내 기업 ‘한미반도체’가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습니다. 최근 한미반도체가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곽동신 회장이 직접 “한미반도체를 신뢰해 주신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산자이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언급한 것은, 마이크론의 성장이 곧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장비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공생 관계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경쟁과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고객사이자 파트너가 되는 복잡한 협력 관계 속에 놓여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경쟁: HBM4와 새로운 시장 변수

     

    HBM 시장의 경쟁은 이제 차세대 제품인 ‘HBM4’와 새로운 모듈 규격인 ‘SoCAMM(SoCket-based CAMM2)’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3사 간의 기술 경쟁과 공급 협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ASIC)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엔비디아에 편중되었던 HBM 공급망에 새로운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는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 외에 추격자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게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AI 시대의 본격적인 개화와 함께 격변하는 반도체 지형도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미래를 열어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