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Keyword & Market

  • [Today’s Keyword] Meta의 Metaverse

    2025년 12월 현재, ‘메타’는 사명에 담았던 ‘메타버스’ 비전에서 한발 물러서고, 인공지능(AI) 중심으로 회사의 역량을 재편하는 거대한 전략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막대한 적자를 내던 메타버스 사업 축소를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며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습니다. 반면, 메타의 행보를 따라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던 국내 관련 산업계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업 방향 전환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이 AI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메타버스 퍼스트” 시대의 저물다

     

    한때 페이스북이었던 ‘메타 플랫폼스’는 2021년, 사명을 바꾸며 가상 세계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넘어,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에서 인류가 소통하고 일하며 즐기는 미래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 그 원대한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에 실패하며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대중적 확산 역시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메타가 메타버스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AI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2026년 메타버스 관련 예산을 약 30%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아직 메타의 공식 발표로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움직임은 메타가 회사의 미래를 더 이상 메타버스가 아닌 AI에서 찾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시장은 왜 환호했는가?: 리스크 해소와 AI에 대한 기대

     

    흥미롭게도 메타버스 사업 축소 소식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환호했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메타의 주가는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3%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해왔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현재 가장 확실한 성장 동력인 AI에 집중하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OpenAI의 Chat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혁명 이후, AI 기술력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시장은 메타가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메타버스라는 ‘꿈’을 좇기보다, AI라는 ‘현실적인’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자원을 집중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결국 이번 주가 상승은 메타의 전략 수정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신뢰와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메타 로고 이미지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 하드웨어까지 넘보는 메타

     

    메타의 AI 전환은 단순히 예산을 재분배하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AI 기술 경쟁의 핵심이 우수한 모델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 즉 반도체 확보에 있음을 간파한 것입니다. 최근 메타가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하기 위해 구글의 AI 칩(TPU)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하드웨어 공급망까지 장악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넘어 AI 기술의 근간이 되는 하드웨어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메타의 야심은, 앞으로 펼쳐질 AI 패권 경쟁이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국내 산업계에 던져진 질문: 메타의 다음은 무엇인가?

     

    메타의 방향 전환은 국내 기술 산업계에 중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몇 년간 ‘메타버스’는 정부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었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그러나 이 흐름을 주도했던 글로벌 선두주자가 발을 빼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던 국내 수많은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물론 메타의 후퇴가 메타버스 기술 자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은 여전히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적 유행을 이끌었던 ‘메타버스’라는 거대 담론의 동력은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국내 기업들은 막연히 글로벌 트렌드를 좇기보다, AI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메타의 다음 행보가 국내 산업 생태계에 또 다른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