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1일,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팽팽히 맞서며 방향성을 상실한 모습입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연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경기 둔화 신호 역시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에 따라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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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도 막지 못한 연준의 그림자
최근 시장의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엔비디아의 경이로운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가 급락한 현상입니다. 이는 개별 기업의 호재만으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현재 시장의 모든 관심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쏠려 있으며, 그 결정의 핵심 변수로 최근 발표된 9월 고용지표가 떠올랐습니다.
엇갈리는 고용지표 해석과 연준의 내부 분열
논쟁의 중심에 선 9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에 상반된 신호를 던졌습니다. 신규 고용이 11만 9천 명 증가한 수치만 보면 노동 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시각**으로, 탄탄한 고용이 유지되는 한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로 이 지표 발표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40% 수준까지 하락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한풀 꺾였습니다.
CME FedWatch Tool: (https://www.cmegroup.com/markets/interest-rates/cme-fedwatch-tool.html)
하지만 동시에 실업률이 4.4%로 함께 상승했다는 점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해석**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동시에 실업률도 오른다는 것은 고용 시장의 질이 저하되거나 경제 활동 참가 자체를 포기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등 내부적인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분석에서는 이를 경기 둔화의 전조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한 데이터는 연준 내부의 의견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9월 고용보고서가 연준 내부의 분열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매파와 비둘기파 모두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일부 언론 및 시장 분석가들의 의견으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금융 안정’이라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
이러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은 연준 고위 인사들의 엇갈리는 발언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이례적으로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경고하며 자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이는 연준이 기존의 물가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Dual Mandate)를 넘어 ‘금융 안정 리스크’를 새로운 핵심 정책 변수로 고려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시장은 이를 사실상의 금리 인하 반대 신호로 받아들였고, 해당 발언 직후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지며 증시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반면,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비롯한 일부 비둘기파 위원들은 고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금리 인하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은 원/달러 환율과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될수록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이는 원화 약세(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유발하며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줍니다. 또한,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식,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관련 ETF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일부 시장 분석은 이러한 불안 심리를 방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금융 시장은 AI 혁명이 이끄는 성장 서사와 연준의 긴축 우려라는 두 거대한 힘의 충돌 지점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후속 경제 지표들을 통해 연준의 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찾으려 할 것이며, 12월 FOMC 회의 전까지는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섣부른 예측보다는 시장의 작은 신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