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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day’s Keyword] 트럼프 대 맘다니

    최근 미국 정치의 가장 극단적인 두 축을 상징했던 ‘트럼프 대 맘다니’ 구도가 예상치 못한 협력의 가능성을 내비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념적 대립의 상징이던 두 인물의 만남은 표면적인 화해를 넘어,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양극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정치적 생존과 실리를 위한 합종연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이는 향후 미국의 경제 정책 방향은 물론, 비슷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이념 대결의 상징에서 실용적 협력의 파트너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의 관계는 미국 사회의 깊어진 이념적 균열을 상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자유주의와, 34세의 무슬림 민주사회주의자로서 뉴욕 시장에 당선된 맘다니의 진보적 의제는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 칭하며 공세를 폈고, 맘다니는 트럼프의 정책이 낳은 K자형 양극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지지세를 넓혔습니다.

    맘다니의 등장은 그 자체로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의 승리 동력은 이념이 아닌 ‘생활비 정치(politics of affordability)’였습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소득 불평등에 지친 대중, 특히 청년층이 ‘살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한 그의 메시지에 폭발적으로 호응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정치 문법을 뒤흔들며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 일부마저 동요하게 만드는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1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회동했습니다. 적대적 설전이 오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극적인 관계 변화의 이면에는 각자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 각자의 셈법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회동은 여러모로 정치적 실익이 큰 카드입니다. 최근 자신의 핵심 정책인 상호 관세가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임기 말 권력 누수(레임덕)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가장 날 선 비판자와의 만남을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맘다니가 제기한 물가 문제를 논의하며 “그의 아이디어는 내 것과 같다”고 언급한 것은, ‘생활비 정치’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민생 문제 해결사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됩니다.

    맘다니 시장 역시 이번 회동을 통해 ‘진보 투사’라는 프레임을 넘어 실용적이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뉴욕 시민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정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외연을 전국 단위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이념을 넘어선 현실 정치의 단면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윈윈(win-win)’ 전략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와 사회에 던지는 질문

    ‘트럼프 대 맘다니’ 현상은 결코 태평양 건너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핵심 의제가 ‘물가’였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이 향후 미국 거시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의 금리 및 환율 정책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대법원 판결로 흔들릴 경우, 이는 글로벌 교역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한국형 ‘생활비 정치’의 부상 가능성”입니다. 미국 유권자들이 맘다니를 선택하게 만든 부동산 가격 급등, 청년 실업, 자산 불평등 심화는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념적 구호나 정치적 명분만으로는 더 이상 시민들의 삶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시민의 구체적인 삶의 비용을 낮추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가 결국 민심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은, 국내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념의 양극단에 있던 두 인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은, 전 세계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 기존의 정치적 문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이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이나, 이념을 넘어 민생과 실용의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정치의 흐름을 읽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