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시장의 모든 관심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 시간 12월 11일 새벽에 발표될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미국 통화 정책의 향방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입니다. 시장은 연준의 세 번째 연속 금리 인하를 강력히 기대하고 있지만,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고용 시장은 동결 가능성이라는 변수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FOMC의 관전 포인트는 금리 인하 여부 자체보다, 향후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에 대한 연준의 신호, 즉 미래 정책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관련 내용: [Today’s Keyword] 금리인하?, [Today’s Keyword] 매파의 연준?)

시장의 지배적 전망: ‘세 번째 금리 인하’
현재 금융 시장은 12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7%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확률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금리 동결 확률은 약 13%에 불과해,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한쪽으로 쏠려 있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강력한 기대감은 몇 가지 뚜렷한 근거에 기반합니다.
첫째, 연준은 이미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 정책의 무게 중심을 긴축에서 완화로 옮겼음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번에 추가 인하가 단행된다면 이는 ‘3회 연속 인하’라는 상징성을 가지며, 연준의 완화적 기조가 시장에 확고한 신뢰를 주게 될 것입니다.
둘째, 연준이 3년 만에 양적긴축(QT)을 공식 종료한 점 역시 중요한 신호입니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대표적인 긴축 정책입니다. 이를 멈췄다는 것은 더 이상 인위적으로 시장의 돈줄을 죄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금리 인하와 맞물려 유동성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환경의 변화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차기 의장 후보로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성향의 인물이 거론되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연준의 정책 기조가 더욱 완화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신중론의 근거: ‘동결’ 가능성과 매파적 신호의 위험
그러나 시장의 압도적인 낙관론 속에서도 신중한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아직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과,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고한 고용 시장 지표에 근거합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성급한 금리 인하가 자칫 잠잠해지던 인플레이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부담이 큽니다. 따라서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당분간 경제 지표를 더 확인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식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를 보낸다면 시장은 큰 충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를 꺾고 달러 강세를 재점화시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 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 안정과 한은의 정책 공간
우리가 연준의 결정에 이토록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중요성은 결정적입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으며 수입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등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화 약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1.50%p(150bp)에 달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입니다. 미국의 높은 금리는 달러의 매력을 높여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가중시키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만약 연준이 예상대로 0.25%p 금리를 인하하면, 한미 금리차는 1.25%p로 줄어듭니다. 이는 과도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외환 시장의 안정을 찾는 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연준의 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에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숨 쉴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높은 환율과 큰 폭의 한미 금리차 때문에 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완화 기조를 명확히 하면, 한국은행은 환율 부담을 덜고 국내 경기 상황에 좀 더 집중하여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다가오는 12월 FOMC는 단순히 금리 숫자를 결정하는 회의를 넘어섭니다. 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될 점도표(dot plot), 그리고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드러날 연준의 ‘미래 청사진’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는 인하와 동결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열어두고, 연준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 하나하나가 한국 경제의 항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정보
* 회의 일정 및 성명서 발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